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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성명서

안녕하세요. 사단법인 제주동물친구들입니다.
동물과 인간이 생태계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제대미디어] 함께 만들어가는 공존의 히스토리

페이지 정보

작성자 제주동물친구들 작성일25-05-24 19:08 조회259회 댓글0건

본문


함께 만들어가는 공존의 히스토리
김미성 <제주동물친구들> 이사

제주대학교 기숙사 앞에 고양이들이 산다. ‘꼬돌이’는 그곳에서 구조된 고양이다.

“살려내는 게 옳은 일인지 판단이 서질 않아요. 이 아이에게 미안한 일을 하는 건 아닌지...” 안락사를 권유하던 수의사 선생님은 살려달라는 우리의 간청에 마지못해 치료하면서도 이 아이의 나쁜 예후에 대해 걱정하셨다. 척추골절과 다리골절이 있었던 1개월령의 어린 고양이는 후지마비와 배변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됐지만, 장애라는 건 조금 불편할 뿐 꼬돌이는 먹성 좋은 고양이로 자랐고 따스한 햇볕을 즐길 줄 아는 애교 많은 고양이의 삶을 살았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우연히 다시 찾은 기숙사에서 꼬돌이를 닮은 고양이를 만났다. 꼬돌이의 형제일까, 어쩌면 아무 관계 없는 사이일지 모르지만 반가웠다. 그곳에 여전히 고양이들이 있었다.

제주대 정문 앞에서 종종 마주쳤던 황구는 처음 만났을 때 해맑게 웃는 얼굴이었다. 이제 막 집을 나온 듯했다. 아니, 주인이 이제 막 풀어버린 것 같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허름한 목줄을 하고 있었던 그 개는 녹록지 않은 떠돌이 생활에 점점 웃음을 잃어갔고 어떤 날은 상처투성이로 또 어떤 날은 다리를 절며 나타났다. 그럴수록 사람에 대한 경계심도 점점 높아져 간 것 같았다.

어느 날에는 새끼를 낳았는지 데리고 다녔지만, 새끼들은 한두 마리씩 사라져 갔다. 구조해 보려는 시도에도 잡히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 그 황구는 목격이 안 되지만 제주대에는 여전히 그 개의 새끼들일지 모르는 떠돌이 개들이 보인다.

개들도 고양이들도 길에서의 생존 방식은 쉽지 않다. 누군가는 밥을 주고 누군가는 돌을 던진다. 본능적으로 그걸 구분해야 한다. 한 치의 실수만으로 치명적일 수 있기에 경계심은 나날이 높아져만 간다.

제주대 정문 편의점 앞에서 피범벅 상태의 사체로 발견된 고양이가 있었다. 7년 동안 그곳에서 사람과 친화적으로 지내던 고양이었고 사람들은 그 고양이에게 ‘이쁜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줬다. 처음엔 개들의 소행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모든 정황은 학대를 가리키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 살해 후 그 앞에 던져진 이쁜이는 목과 엉덩이 쪽에 각각 1.5센티와 3.5센티의 구멍이 있었고 부검 결과 늑골과 척추골절에 의한 쇼크사로 밝혀졌다. 현수막까지 붙여 목격자를 찾았지만 결국 범인을 찾지 못한 채 고양이를 보내주어야 했었다.

우리가 교내에서 만나는 동물들은 인간과 좋고 나쁜 경험들 속에서 자신만의 히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꼬돌이처럼 고통 속에서 구조되는 경우도 있고 이쁜이나 이름 없는 황구처럼 고통 속에서 조용히 사라져 가기도 한다.

좋은 자연환경을 가진 제주대는 제주의 첨예한 동물 문제들이 자주 목격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름 모를 새부터 떠돌이 개들, 길고양이, 그리고 먹이를 찾아 내려오는 노루까지.

그러다 보니 길고양이 밥을 주는 것으로 인한 갈등이 교내 커뮤니티에서 종종 보이기도 하고, 밥자리를 깨끗이 정리한다든지 중성화를 해서 개체수가 늘지 않게 한다든지 등의 해법들도 상식이 되어가고 있다.

동물과 사람이 공존하며 살아가기 위한 노력들이 학생들 사이에서 조용하면서도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동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며 단체 일을 시작한 지 10여 년. 공존을 위한 노력들이 얼마만큼 공존에 다가갔는지 의문이다. 공존의 방법을 찾는 건 여전히 어렵다.

공존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이상의 현상이나 사물 혹은 다른 종족들이 서로 편견 없이 차별하지 않고 함께 사이좋게 섞어사는 것’이라고 한다.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제주대학교는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이제 교내에서 마주치게 되는 동물들의 히스토리에 귀 기울여 보자. 그리고 그 히스토리 속에 그들에게 친절한 나의 이야기를 살포시 끼워 넣어보자.

차별 없이 함께 섞어사는 공존의 현장이 제주대학교에서부터 시작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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