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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성명서

안녕하세요. 사단법인 제주동물친구들입니다.
동물과 인간이 생태계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제투칼럼]삶을 완성하는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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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주동물친구들 작성일24-08-28 19:47 조회33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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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우리집엔 캐리라는 이름의 개가 있었다. 캐리와 함께 풀밭을 뛰어다니던 그 시절의 기억은 흑백사진처럼 내 아름다운 유년시절의 한 장면이 되었다.

하지만 캐리의 마지막 기억은 결코 아름답지 못했다. 어느날 약을 먹고 돌아온 캐리는 온 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고통에 몸부림치며 죽어갔던 것이다. 초등 어린이었던 나는 그런 캐리를 목놓아 울며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 어린 나는 골목 모퉁이에서 불쑥 캐리가 뛰어나오는 환영을 보곤 했다.

성인이 되고 직업 상 아이들과 감정을 끄집어내는 수업을 할 때였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한 아이가 엉엉우는데 그 슬픔이 40여년의 세월을 건너 전달되어 왔다.

단체일을 하면서 많은 동물들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었다. 죽음이란 치열하게 싸우다 패배하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죽음은 패배였고 슬프고 무섭기만 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다양한 동물들의 죽음을 바라보면서 이제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죽음은 패배의 과정이 아니라 삶을 완성해 나가는 거룩한 순간이다. 짧았든 길었든 그 삶을 마무리하는 순간에 우리는 경건해 진다.

거의 스무살 정도되는 나이많은 고양이가 있었다.  먹지를 못해 병원에 갔더니 보내주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함께 지내던 다른 고양이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눌 기회는 주어야 겠다 싶어 집으로 데려가  마지막 밤을 보내고 병원으로 다시 오기로 하고 집으로 데려왔다고 한다.

그날 밤 함께 지내던 냥이들이 마치 인사라도 하듯 와서 차례로 그루밍을 해주더라고 한다. 간호에 지친 보호자가 깜빡 잠이 든 사이 그 옆에 누워 영원히 잠들어 있었다고 한다. 손 타지 않는 길고양이였던 지라 그동안은 병원에 가려하면 잡기조차 힘이 들었던 아이가 오랜시간 자신을 돌봐주었던 보호자 옆에 스스로 걸어와 잠이 든 것이다. 많은 죽음의 스토리 중에서 참으로 존엄한 느낌을 주는 이야기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가정은 오래 반려해온 노령동물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편안한 마지막을 보내주기 위한 반려인들의 마음은 그간의 함께 살아오며 공유했던 추억에 비례해 슬픔이 커질수 밖에 없다. 최선을 다한 후, 보내줘야 할 때를 가늠하는 것 역시 반려인이 마지막까지 해주어야 할 선물이다. 또한 덧붙여 우리 스스로의 죽음도 준비해야 한다.

죽음은 내 삶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죽음을 배워야 내 삶이 달라질 수 있다. 동물보호교육 중 생명이 소중한 이유를 작성한 초등학생의 문구가 참으로 마음에 와닿는다. "생명은 또다른 생명을 낳는다." 한 생명이 떠나고 그 생명은 또다른 생명으로 이어진다. 한 생명을 보내고 우리는 또다른 생명에게 못다한 사랑을 전달한다.

학창시절 즐겨 부르던 노래처럼 마른 잎은 다시 살아나 이 강산을 푸르게 할 것이다. 떠나간 삶들은 그렇게 내 안에서, 우리 안에서 부활하며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동물친구들 김미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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