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친구 편지]"그거 45만원짜리에요" - 제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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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주동물친구들 작성일21-06-01 10:50 조회2,18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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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속에 앉아있던 갸날픈 강아지 한 마리가 멈춰 세운 차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니네 집은 어딘데 이곳에서 떨고 있는게냐.' 일단 차에 올라탄 녀석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동물등록 칩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삐~~'하는 소리가 들렸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동물등록 칩 덕분에 주인을 찾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너 잠시 집을 나온 게로구나.'
하지만 견주를 만나자마자 들리는 첫마디는 안도의 한숨을 불길함으로 돌려놓았다. " 에휴... 칩은 괜히 해가지고..."
일단 못들은 척했다. "비가와서 놀래서 집을 나갔었나봐요." 애써 눈감아주려 했지만 견주는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니오. 나가는 거 봤는데 지도 미움을 받는 거 알고 알아서 나가는구나 했어요." 견주를 잘 설득해서 키우게 하는게 옳은지 선뜻 판단이 서지 않았다. 견주의 품으로 돌아간 3kg의 여리디 여린 강아지에게서 주인에 대한 반가움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풀이 죽어 있었다.
펫샵에서 데려와 3년 동안 화장실에서 키웠다고 한다. 똥오줌을 못 가린다면서... 데려가 키우란다. 우리 제주동물친구들 여건도 입양가지 못해 대기중인 동물들이 많아서 고민스러웠다. 하지만 사는 게 사는 게 아닐 그 가여운 강아지를 그 사람에게 다시 보낼 수는 없었다. 결국 포기각서를 받은 뒤 데려왔다.
견주는 강아지를 안고 돌아오는 뒤통수에 마지막 한마디를 더 던졌다. "그거 45만원짜리에요."
처음부터 그런 마음은 아니었을것이라 믿고 싶다. 잘 키워보고자 했을테니 무려 45만원이나 주고 데려왔겠지. 하지만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다시 생각하고 또 다시 생각해서서 내린 결정이었어야 했다. 데려온 동물에 대해 생명으로서의 존중을 가졌어야 했다.
반려동물을 맞고 싶어 고민중이라면 여러가지 경우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반려견은 잘 짖는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잘 염두에 두지 않는다. 짖음으로 인해 종종 주변에서 민원이 발생한다. 그런가 하면 가족 중 누군가 반려동물에 알러지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그뿐인가. 대소변을 못 가려 애를 먹을 수도 있고 병원비가 꽤 많이 지출될 수도 있다. 생각지 못한 문제행동을 보일 수도 있다. 우리보다 빠르게 늙어갈 것이다. 동물이 나를 위해 그저 예쁜 모습으로 인형처럼 재롱만 떨어주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고 하던 어느 드라마 명대사처럼 동물을 보면서 같이 아파할 수 있으면 좋겠다.
동물등록 칩이 반려동물을 잃어버린 누군가에게는 동앗줄 같은 희망이지만 버리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는 그저 부담스러운 장치일 뿐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며 씁쓸했던 기억을 이렇게 풀어본다. 누군가에게는 '45만원짜리 그거' 불과한 그 강아지는 이제 돈으로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소중한 존재로서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제주동물친구에 입양대기중인 동물을 입양하고자 하는 사람은 전화(064-713-1398)로 상담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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