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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성명서

안녕하세요. 사단법인 제주동물친구들입니다.
동물과 인간이 생태계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제주투데이칼럼] 욕먹을 각오로 쓰는 구조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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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주동물친구들 작성일20-11-24 18:56 조회2,3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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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예전과 달라졌다. 구조를 하기 위한 시스템도 많이 마련되었고 시민들의 의식 수준도 높아졌다. 이제는 무작정 구조해 달라는 전화보다는 구조를 도와달라는 전화도 종종 온다. 단체나 타인에게 떠넘기려 하지 않고 스스로 구조를 진행하고자 하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 많아지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구조는 단체든 개인이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며, 개인이 혼자 어려울 때면 단체가 개인의 구조를 도울 수도 있다. 개인의 지원요청을 모두 다 응해줄 수는 없지만,  단체에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도울 방법을 찾는다.

이렇게 개인 구조자들이 늘어나면서 '구조'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볼 필요성을 느낀다.

먼저, 동물을 구조하거나 구조 신청을 할 때 그 동물이 구조대상인지 아닌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멀쩡하게 길에서 잘 살 수 있는 길고양이들을 불쌍하다고 데려간다거나 보호센터로 보내는 경우, 이는 구조라기보다는 '납치'에 가깝다. 우리 눈에 열악한 환경 같지만 그들 나름의 터전에서 질서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을 사람의 시각으로 불쌍하다고 ‘납치’해서는 안 된다. 사람과 같이 있어야만 행복할 것이라는 건 오만일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외계인이 나타나서 당신의 삶을 봤다고 생각해보자. 외계인의 눈에 당신은 몸이 아파도 출근을 해야 하고 과도한 가사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1년에 한 번 정기건강검진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불쌍한 존재이다. 그래서 당신을 그들의 별로 '구조'해 간다면 당신은 행복하겠는가. 각자의 습성에 맞게 각자의 터전에서 누리고 있는 자유와 생태계 속에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역할을 제발 빼앗지 마시라.

두 번째. 구조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는 본인이 책임질 생각으로 구조하여야 한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한다거나 떠넘기려 하지 말자.

지나가다 봤는데 가서 도와달라거나 나는 할 수 없으니 당신이 도와달라는 식은 곤란하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다른 누군가 역시 하기 어려운 일이다. 도움을 요청할 때는 스스로 팔 걷어붙이고 나서서 뭐라도 하면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구조 신청을 했다고 해서 '갑'의 위치에 서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세 번째. 구조를 진행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생기기도 한다는 점도 명심하자.

생각지도 못했는데 구조동물이 임신중이었다거나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수 있다. 또 함께 구조를 진행하기로 했던 사람들 사이에서의 의견 차이로 갈등을 빚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구조를 시작했다면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가끔 눈앞에서 치우는 것을 구조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은 경우가 있다.

보호센터에 보내놓고 그다음은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본인이 구조했다고 자랑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기억하시길. 당신은 단지 '신고'한 것일 뿐 구조는 센터가 한 것이라는 걸.

네 번째. 동물보호 단체는 '심부름 센터'가 아니다. 많은 경우 구조 신청자는 구조 이후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구조와 함께 기약 없는 입양까지 눈물로 케어하는 건 대부분 단체 관계자들의 몫이었다. 구조는 짧은 시간 안에 이뤄질 수 있지만이고, 관리는 길고 긴 시간 동안 함께 하며 기다리는 일이다. 그러니 동물을 구조한 후 눈앞에 안타까운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안도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구조 이후 남겨진 기나긴 시간 동안 동물보호 단체 관계자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떠올려야 한다.

가끔 동물보호 단체는 뭐 하는 곳이냐는 비난 섞인 질문을 받는다. 구조 신청자 본인의 일방적인 요구를 들어주지 못했을 때 그런 질문을 종종 듣게 된다. 그 구조가 단체에서 생각하기에 구조대상이 아닐 경우도 있고, 정말로 단체가 여력이 안되서 못 도와드리는 경우도 있다. 동물보호 단체는 대부분, 정말 작디작은 시민단체일 뿐이다. 풍부한 인력과 막강한 장비를 가진 곳이 아니다. 소수의 회원들의 얼마안되는 후원회비를 모아, 자신의 일을 병행하며 여러가지 사업들을  진행하는 열악한 환경이다.

단체에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단체와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

김미성 제주동물친구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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