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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성명서

[제주투데이칼럼] 떠나보내고 또 떠나보내고 또 맞아들이며

69 2020.05.0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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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떠나보내고 떠나보내고 또 맞아들이며
  •  제주동물친구들 김미성 대표
  •  승인 2020.05.08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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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동물친구들 김미성 대표

어린 시절 잠자리에 들 때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어른이 되면 우리 집을 동물원으로 만들어야지. 개도 고양이도 키우고 사자랑 토끼도 다 같이 사는 집을 만들 테야.”
물론 몸이 자라면서 꿈은 잊어버렸다. 

하지만 동물권 운동에 발을 담그고 활동하다 보니 어릴 적 꿈이 어느새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방안에는 고양이가, 마당에는 개들이 있다.

마당에 개들만 있는 건 아니다. 생뚱맞은 얘기로 들리겠지만 ‘홍포도’라고 부르는 다육이도 있다.

작고 귀여운 외모에 곳곳에 상처투성이 홍포도는 얼마 전 떠나보낸 내 고양이와 무척 닮았다. 아파 보이지만 씩씩하고 야무지다. 여간 대견한 게 아니다. 다육이 홍포도를 보면 그 고양이가 떠올릴 수밖에 없다.

어망에 갇힌 채 물에 빠져 죽은 고양이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달려가 퉁퉁 불어터진 아이를 수습해 주고 돌아온 날이었다. 바로 그날 나와 살을 맞대고 살던 고양이도 떠나보냈다. 고통의 시간이었다. 한번 끊어진 생명줄은 다시는 이어붙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때의 절망감이란.

어느 새벽 전화벨이 울려 잠을 깼다. 새벽 신문을 돌리는 분이다. 그분은 잠시 후 온몸에 경련이 일고 있는 개 한 마리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새벽마다 신문과 함께  사료 한 움큼을 챙겨 가 우정을 나누던 개였다고 한다. 그날은 목줄이 풀려 어디로 갔는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싶었는데 그분의 차 소리가 들리자 비틀거리며 나타났다고 했다.

해가 뜨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개의 상태는 점점 나빠져 가고 있었다. 시간이 더디 갔다. 그 아이를 데리고 온 분의 심적 고통이 느껴졌다. 일하면서 어둠 속에서만 잠깐씩 만나다가 밝은 곳에서 처음 본 아이의 눈빛이 고통으로 얼룩졌다.

병원 문 열기가 무섭게 치료에 들어갔지만 아이는 꺼져가는 불씨처럼 사그러 들었다. 결국 별이 되었다. 약물중독이었다. 칩을 통해 확인한 그 아이의 이름은 아롱이. 견주와 통화하고 몸이 식은 아롱이를 데려다주었다. 시골 1미터 줄에 묶여만 살다가 아주 잠깐 자유를 맛본 뒤 꺼져간 아롱이의 처연했던 눈빛에 가슴이 무너졌다.

마당에 다육이 하나가 더 늘었다. 다육이가 하나 둘 늘어날 즈음, 기다리던 소식이 들려왔다. 각각 입과 목에 올무가 걸린 채 돌아다니던 개 두 마리가 있었는데 모두 구조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워낙 예민한 아이들이라 마취총의 사정거리에 들어오지 않아 포획틀을 설치해야 했다. 제보자의 정성어린 노력 끝에 구조에 성공했다.

살을 파고들어 잘 보이지도 않는 올무를 제거했다. 아이들의 상처가 나을 때쯤이면 현장 속에서 받았던 우리들의 아픔도 아물 수 있을까.

올해 어느 해보다 유난히 많은 죽음을 봐야 했다. 그때마다 다육이가 하나씩 늘어난다.

다육이 스승님께 물었다.
"'오늘 밤 비바람이 많이 불 거라는데 안으로 들여놓는 게 좋을까요?"
"아니, 바람도 맞고 비도 맞아야 짱짱하게 자라나는거여."

떠나보내고 또 맞아들이며 생긴 이 지독한 아픔들이 단단한 굳은살이 되어 우리의 마음을 '짱짱하게' 만들 것이다.

김미성 제주동물친구들 대표김미성 제주동물친구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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